캘리포니아가 하나의 국가였다면 세계 경제와 정치 질서가 어떻게 달라졌을지를 가상 시나리오로 분석합니다.
국가의 정의는 영토, 인구, 정부, 주권을 갖춘 정치 단위다. 그러나 오늘날 글로벌화된 세상에서, 어떤 지역은 국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세계 질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미국의 캘리포니아(California)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경제력, 문화력, 기술력, 외교적 존재감에서 ‘미국 속 또 하나의 제국’이라 불릴 만한 이 거대한 주(州)가 만약 하나의 국가였다면, 세계는 어떤 식으로 재편될까?
지도에서 국경을 다시 그린다면: ‘캘리포니아 국가’의 위치
북미 대륙의 서쪽 끝, 태평양과 맞닿은 캘리포니아는 지리적으로도 아시아와 미국 본토를 잇는 교두보다. 만약 독립국으로 존재한다면, 국경을 재구성한 세계 지도에는 미국 서부 해안선 전체를 차지한 새로운 경제 강국이 등장하게 된다. 로스앤젤레스는 수도, 샌프란시스코는 금융 중심지, 실리콘밸리는 기술 수도가 된다.

기축국 통화와 기술 패권의 재편
애플, 구글, 메타, 엔비디아, 테슬라 등 세계 시가총액 상위권 기업이 몰려 있는 캘리포니아는 기술 기반 디지털 경제에서 ‘기술 패권국’으로 군림할 수 있다. 독립국이 될 경우 자국의 디지털 화폐 또는 글로벌 결제 플랫폼을 보유할 가능성도 있으며, 이는 달러 중심의 기축 통화 체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글로벌 기술 질서가 미국 연방에서 ‘캘리포니아 국가’로 재편될 여지도 존재한다.
문화 제국의 탄생: 소프트 파워 강국
할리우드 영화, 디즈니 콘텐츠, 넷플릭스 오리지널, 유튜브 문화 크리에이터까지— 이 모든 것이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그 문화적 전파력은 이미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으며, 이는 무력이나 경제를 넘어선 소프트 파워 제국의 위상을 갖는다. 독립국이 된다면 국제 관계에서 ‘문화 외교’만으로도 세계 주요국과 대등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다.
기후 외교와 글로벌 환경 규범의 주도자
캘리포니아는 이미 기후 정책의 글로벌 실험실이다.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재생에너지 확대, 자체 탄소시장 운영 등 미국 연방보다 앞선 규범을 시행하고 있으며, 해외 여러 도시 및 국가와 기후 외교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국가 단위로 재편된다면, 국제연합(UN) 및 파리기후협약에서 중견국 이상의 발언권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미국 내 역학 구도의 변화
만약 캘리포니아가 실제로 독립국이 된다면, 미국은 단일 경제 초강국 지위에서 한 걸음 물러서게 된다. 연방 예산 감소, 해상 무역의 축소, 기술기업 유출 등 다양한 여파가 예상되며, 텍사스, 뉴욕, 플로리다 등 다른 강력한 주들도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게 될 수 있다. 이는 미국 내 정치 구조와 헌법 질서를 흔드는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국가 아닌 국가’의 모델이 되는가?
21세기 국제 질서에서 중요한 것은 반드시 ‘국가’라는 법적 지위가 아니다. 경제력, 정책 추진력, 외교 네트워크, 기술적 자립도만 갖추면 국가처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는 바로 이런 ‘비국가 주체의 최고 모델’로 평가받고 있으며, 향후 글로벌 거버넌스 재편 과정에서 국경보다 기능 중심의 세계 질서가 논의될 가능성을 보여준다.